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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폭포가 바로 바다로 떨어지고 올레길이 원도심을 감싸는 제주 남부.

비 온 다음 날 아침, 내가 정방폭포 쪽 계단을 내려가면 서귀포의 공기는 물보라와 현무암 냄새로 먼저 젖는다. 폭포가 바다를 향해 떨어지는 소리는 가슴 아래를 두드리고, 젖은 바위의 냉기가 신발 밑창을 타고 올라와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계단 난간을 잡은 손에는 물기가 묻고, 바람은 짠맛과 숲의 냄새를 번갈아 밀어 올린다. 폭포 앞에서는 말을 길게 잇기 어렵고, 물소리가 생각을 잘라 내며 몸을 풍경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천지연폭포 산책로로 들어서면 물소리는 조금 깊어지고, 나무 잎에 맺힌 습기가 팔에 닿으며 원도심 가까이에 이런 물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중섭 미술관 주변으로 걸으면 장면은 낮은 담장과 골목의 빛으로 바뀐다. 내가 전시실의 조용한 공기를 지나 밖으로 나오면, 바다 절벽의 소리와 원도심 생활음이 서로 멀지 않게 겹쳐 들린다. 작은 미술관의 온도는 폭포의 물보라와 다르지만, 둘 다 서귀포가 큰 풍경과 짧은 골목을 한 호흡 안에 놓는다는 걸 보여 준다. 골목의 바닥은 햇빛에 말라 가지만, 조금 전 폭포에서 묻은 습기는 신발 끝에 오래 남아 있다. 쇠소깍에서는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검은 협곡의 물빛이 느리게 움직이고, 외돌개에 서면 바람은 더 세게 얼굴을 밀어낸다.
해가 기울 무렵 새연교에 올라보면 서귀포항의 바람이 옷자락을 당기고, 다리 아래 물결은 낮에 본 폭포의 하얀 소리를 어둡게 접어 넣는다. 내가 다리 한가운데서 뒤돌아보면, 폭포와 항구와 원도심의 낮은 불빛이 각기 다른 물소리로 이어진다. 항구 쪽 불빛이 켜질수록 물가의 냄새는 조금 차가워지고, 하루 동안 밟은 젖은 돌과 숲길의 감촉이 늦게 되살아난다. 서귀포는 큰 풍경을 멀리 찾아가는 곳이 아니라, 폭포와 숲길, 미술관과 항구가 한나절 안에서 서로를 비추며 남쪽 제주를 걸음의 온도로 기억하게 하는 도시다.
관광 명소
도시의 공간을 번호 순으로 따라가며 발견하는 동선.